- 한국수묵화와 소치허련묵향 가득한 전시실 걷기
창원대 박물관으로 길을 내요. 계절은 완연한 가을입니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 '문화의 계절'이라고 부르죠. 이 말의 유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해도 좋은 날씨이므로, 독서나 문화를 즐기기에 딱이라는 의미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외출은 그림 읽는 데 '독서'라고 해도 되고, 전시회를 즐기는 데 '문화생활'이기도 합니다.▲창원대 박물관 전경.
소치 허련은 남종화의 대가입니다. 동양화는 북종과 남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화사가그린그림을북종화,학자가그린그림을남종화라고합니다. 중국의 분류법이에요. 딱딱해 보이는 조선시대 선비들은 글씨 쓰듯 그림 그리기를 즐겼습니다. 이것을문인화라고이야기를해요.
▲소치 허련의 모란도(사진 아래).
디테일한 묘사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린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문인화의 특징입니다. 채색화의 경우 강렬한 색보다는 은은한 색채 사용이 특징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호남 지역의 문인화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소치 허련의 주요 작품뿐 아니라 그의 아들과 제자로 이어지는 그림도 한꺼번에 볼 수 있네요.
▲소치허련의 산수팔폭풍(위), 미산허형의 산수팔폭풍(아래).산수팔폭풍의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같은 셈이지만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틀립니다. 조선의 산수를 그린 것과 비슷하고, 각기 다른 화가가 그린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그림도 달라요. 하나는 소치 허연이, 또 하나는 소치의 아들 미상 허형이 그렸어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화풍은 이 두 폭의 산수팔폭풍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남농호곤우이"손 은도 "(사진 위), 남농호곤우이"묵쥬크도"(사진 아래).오치와 미산을 잇는 화풍의 계승자는 '난노허건'입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3대가 그림처럼 이름을 날린 예는 많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다시 아버지와 아들의 그림을 봅니다. 스승의 그림을 그대로 답습하면 "대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소치의 화풍은 미산이 발전시켰고, 또한 미산의 화풍은 난노(南濃)로 이어졌습니다.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의 고목과 수도(위), 백포 곽남배의 산수도(아래).소치 허련 문하 화가들이 합작한 그림이 눈에 띕니다. 고목과 수도를 예로 들어볼까요? 오른쪽 나무는 의재 허백련이 그렸습니다. 왼쪽의 나무는 남농 허건이 그렸어요. 뜻이 통하는 두 화가가 요즘 말로 '콜라보' 작업을 한 거죠. 왼쪽 비스듬히 뻗은 나무와 오른쪽의 곧은 나무의 대조가 인상적입니다.
▲녹설 이상재 산수도(위), 과촌 박성희 정종 박한환, 금봉박 행보의 사군자도(아래).3명의 화가가 콜라보 한 작품도 있습니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는 선비의 상징입니다. 이것을사군자라고합니다. 선비의 그림, 문인화의 주요 소재죠. 매화는 금봉이 그리고, 난초와 국화는 과촌이 그립니다. 마치 대나무처럼 전정, 박항환이 마무리합니다. 길게 짠 종이 위에 사군자는 마치 ▲ 모양을 하고 있어요.
▲추사 김정희 글씨 '나객' 탁본.이번 전시회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소치허애를애지중지했던추사김정희글씨입니다. 추사가 합천 해인사 홍류동 계곡을 지날 때 감흥을 글자로 바위에 새겼는데, 자신의 호로 쓰기도 한 나객이라는 글자입니다. 해석하면 '게으름뱅이' 정도가 되겠죠. 창원대에서 탁본을 떼서 보관하고 있지만 더 이상 글자를 볼 수 없습니다. 바위가 2003년의 태풍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호남한국화와 소지허련 전시회는 10월 13일까지 열린다.
호남 한국화와 소치 허련 전시회는 창원대학교 박물관 2층 조형욱 아트홀에서 10월 13일까지 개최됩니다. 깊어가는 가을, 먹내음이 물씬 풍기는 전시실에서 선비들의 그림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화가가 뿌린 씨앗이 그 자손과 제자에 의해 어떻게 자라고 꽃을 피웠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경험이 될 거예요. ^^















